[카앤스포츠=방영재] 2025년 대한민국 카트 레이싱 무대는 ‘권오탁(스피드파크)’이라는 이름 세 글자로 요약된다. 문체부장관배 KIC-CUP과 충북도지사배 모토아레나 카트 레이싱 시니어 클래스에서 동시에 시즌 챔피언을 거머쥐며 최고의 유망주로 떠오른 그는, 최근 현대성우그룹의 ‘인디고 주니어 프로그램’ 후원 대상자로 선정되며 그 가치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빗줄기가 쏟아지는 모토아레나 서킷에서 만난 권오탁 선수는 만 16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레이스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진지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Q. 2025 시즌 KIC-CUP과 모토아레나에서 동시에 챔피언을 차지했습니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요.
권오탁: 사실 작년에 세 개의 카테고리(RMC, KIC-CUP, 모토아레나)를 모두 석권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하나를 놓쳐서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하지만 카트에서 가장 높은 단계인 시니어 클래스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성장했고,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와서 정말 기쁘고 뿌듯했습니다.
Q. 시즌 내내 기복 없는 주행으로 ‘운영형 드라이버’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권오탁: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영향으로 차를 정말 좋아했습니다. 남들보다 차를 많이 타본 덕분에 몸에 익은 감각이 좋은 편인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단순히 몸으로만 타기보다 이론적인 접근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기계적인 움직임이나 물리적인 원리를 공부하고, 머릿속으로 주행을 시뮬레이션한 뒤에 그것을 몸으로 출력해내는 방식으로 운전합니다. 타기 전부터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구상하는 과정이 꾸준한 성적의 비결인 것 같습니다.

Q. 작년 연말 KARA 시상식에서 ‘라이징 스타상’을 받았습니다.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권오탁: 아버지가 정말 뿌듯해하고 자랑스러워하셨습니다. 그 모습에 제가 더 감사했죠. 가족들도 모두 잘했다고 격려해 주셨고, 친구들도 대단하다며 축하해 줘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Q. FIA 월드컵에 한국 대표로 출전해 그룹 B 파이널 3위를 기록했습니다. 해외 무대 경험은 어땠나요?
권오탁: 처음 사용해 보는 엔진이라 지식이 부족했고 서킷도 처음이라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특히 해외 선수들의 배틀 스타일이 우리와 달라 공부를 많이 해야 했죠. 토요일 경기를 마친 뒤 영상을 계속 돌려보며 연구했습니다. 덕분에 파이널에서는 제 실력을 100% 발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조금 더 빨리 적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Q. 오늘 경기가 열리는 벨포레 모토아레나 서킷의 공략법을 살짝 공개한다면요?
권오탁: 이곳은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직선 구간이 길어 슬립스트림(Slipstream)의 영향이 매우 큽니다. 긴 직선 구간 뒤에 이어지는 코너에서 다양한 공략이 가능하죠. 또 국제 규격이라 그립(Grip)이 아주 높은데,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에는 상황에 맞춰 주행을 유연하게 바꿔가야 합니다. 빗길 레이스지만 현재 1등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끝까지 집중하려 합니다.
Q. 올해부터 ‘인디고 주니어 프로그램’의 후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변화가 있나요?
권오탁: 우리나라 명문 팀에서 지원과 관심을 주신다는 사실에 자존감이 많이 올라갔습니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압박감도 있지만, 그만큼 더 노력하게 됩니다. 방학 때도 쉬지 않고 연습했고 해외 경기도 다녀오면서 작년보다 더 발전한 모습으로 시즌에 임하고 있습니다. 특히 시뮬레이션 코칭 등 엔지니어링 측면에서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Q. 카트 레이싱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권오탁: 초등학교 4학년 때 파주 스피드파크에 레저 카트를 타러 갔던 게 시작이었어요. 중학교 1학년 때 우연히 레이싱 카트를 타볼 기회가 있었는데, 한 번도 스핀하지 않고 타는 모습을 보시고 아버지가 본격적으로 권유하셨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한계까지 성능을 뽑아내는 과정이 너무 즐거워 매주 신나게 탔던 기억이 납니다.

Q. 앞으로 어떤 드라이버로 기억되고 싶나요?
권오탁: 단순히 한 번 우승하는 선수가 아니라, 항상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하는 안정적인 드라이버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대한민국에서 차를 가장 잘 알고, 가장 잘 타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Q. 2026년 시즌 목표와 더불어, 모터스포츠 팬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권오탁: 올해 가장 큰 목표는 출전하는 3개 대회에서 모두 챔피언을 차지하는 ‘싹쓸이’입니다. 매년 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게 스스로 느껴져서 레이스가 갈수록 즐겁습니다. 지금은 기초를 다지는 단계인 만큼, 카트에서 실력을 탄탄히 쌓아 차근차근 다음 단계로 올라가고 싶습니다. 나중에는 제가 좋아하는 GT3 같은 박스카 무대에서도 멋진 주행을 보여드릴 테니 기대해 주세요.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모터스포츠의 뿌리인 카트가 타 종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는 점은 늘 아쉽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팀과 선수가 카트 무대에 도전해서, 지금보다 더욱 박진감 넘치고 치열한 경기를 팬분들께 함께 보여드릴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권오탁 선수는 인터뷰 내내 ‘공부’와 ‘기초’라는 단어를 반복했다. 10대의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겉모습보다 내실을 기하려는 그의 태도에서 대한민국 모터스포츠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인터뷰 후 진행된 2026 충북도지사배 모토아레나 카트레이싱 시니어 클래스에서 권오탁은 폴포지션으로 출발하여 한때 선두를 내어주기도 했지만,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재역전에 성공하며 개막전 우승을 차지했다. 권오탁의 2026 시즌은 다시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