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interview 20주년 맞이한 슈퍼레이스, 마석호 대표가 그리는 ‘변화와 자생’의 청사진

[인터뷰] 20주년 맞이한 슈퍼레이스, 마석호 대표가 그리는 ‘변화와 자생’의 청사진

[카앤스포츠=방영재] 국내 최대 규모의 모터스포츠 대회인 ‘오네(O-NE)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이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했다. 지난해 시즌 중반 수장 자리에 오른 마석호 대표는 공간 기획 및 고객 경험(CX) 전문가라는 독특한 이력을 바탕으로, 2026년을 슈퍼레이스의 거대한 전환점으로 삼고 있다.

새 시즌의 막이 오른 후, 전남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KIC)에서 만난 마석호 대표는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소탈한 모습 속에서도 국내 모터스포츠 산업의 생태계 확장과 구성원들의 ‘자생력’을 향한 날카로운 통찰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Q. 지난해 시즌 도중 취임해, 사실상 올해가 대표님이 리드하는 본격적인 첫 시즌입니다. 2026 시즌을 관통하는 마석호 대표만의 ‘컬러’는 무엇입니까?

마석호: 작년 중반에 부임한 직후의 시간은 일종의 ‘학습의 시간’이었습니다. 오랫동안 훌륭하게 이어져 온 이 대회의 내실을 다지면서, 시장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현장에서 직접 체감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맞이한 올해의 컬러를 두 가지 키워드로 요약하자면 ‘변화’와 ‘성장’입니다. 지금까지 너무나 잘해왔지만, 이 산업이 한 단계 더 확장하고 커지기 위해서는 과감한 변화가 필요합니다. 보는 사람(관중 및 미디어 시청자)이 재미있어야 산업이 확장된다는 비즈니스적 관점으로 대회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생동감과 박진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구조와 규정을 바꾸어 가는 중입니다.

Q. 올해 20주년을 맞아 내건 슬로건 ‘Race 2 One(레이스 투 원)’에 담긴 의미와 팬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마석호: 20주년이라는 숫자가 참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슬로건을 정하기 위해 팬 공모전도 열고 내부적으로도 치열하게 고민했습니다. 돌이켜보니 지난 20년간 이 대회를 함께 만들어 온 팀, 선수, 후원사, 팬, 그리고 전현직 직원들 모두가 결국 ‘하나의 목표’를 향해 똘똘 뭉쳐서 달려왔습니다.

‘Race 2 One’은 지금까지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걸어와 준 모든 분을 기억하는 의미이자, 이제 과거를 발판 삼아 앞으로의 미래를 향해 다시 ‘하나로 뭉쳐 전진하자’는 약속입니다. 단순한 구호가 아닌, 슈퍼레이스의 정체성을 담은 메시지입니다.

Q. 한국을 대표하는 ‘슈퍼 6000’은 아시아 유일의 스톡카 레이스라는 자부심이 있지만, 글로벌 레이스의 최신 기술 트렌드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기술적 로드맵이나 변화의 방향성은 어떻게 구상 중이신지요?

마석호: 솔직히 말씀드리면, 현재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기준과 ‘K-모터스포츠(한국형 모터스포츠)’라는 독창성 사이에서 가장 깊게 고민하고 있는 대목입니다. 비록 일부 기술적 노후화에 대한 지적이 있을지라도, 지난 20년간 튜닝된 커스텀 카를 통해 축적된 슈퍼 6000의 독자적인 운영 노하우와 성능만큼은 자부할 수 있을 수준입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렸듯 ‘보는 재미’를 배가하기 위해 올해 결승 거리 단축, 석세스 웨이트 폐지 등 파격적인 규정 변화를 도입했습니다. 현장의 호불호가 공존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관중들이 가장 짜릿하게 레이싱 본연의 박진감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밸런스를 찾는 과정으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Q. GT4 클래스의 경우, 참가 대수가 늘지 않아 고민이 깊으실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클래스를 유지하는 이유와 활성화 방안이 궁금합니다.

마석호: 특정 클래스가 안착하기까지 초기에 겪는 일종의 ‘성장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 국내 모터스포츠에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클래스는 반드시 존재해야 하기에 GT4는 계속 유지할 계획입니다. 현재는 참가 대수가 적어 슈퍼 6000과 혼주 형태로 치러지고 있지만, 점진적으로 그리드를 채워나가야 합니다.

GT4 경주차가 워낙 고가인 데다 메인터넌스 인프라가 국내에 아직 부족합니다. 그래서 올해 도입한 카드가 바로 ‘투 드라이버(Two-Driver) 제도’입니다. 두명의 선수가 한 팀을 이뤄 시트를 공유하게 함으로써, 팀 입장에서는 운영 부담을 수월하게 덜고 경제적인 셰어가 가능하도록 유도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GT4가 충분히 제 성능을 낼 수 있음에도, 슈퍼 6000과 엉키면서 일종의 백마커처럼 비쳐 성능이 갇혀 보이는 부분입니다. 향후 SRO와 논의하여 기술적인 성능 개선(BOP 등)을 이루어내, 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도록 보완할 계획입니다.

Q. 과거 공간 브랜딩과 고객 경험을 설계하셨던 이력이 눈에 띕니다.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같은 도심과 가까운 서킷과 달리, 영암(KIC)이나 인제스피디움과 같은 서킷은 접근성 문제가 고질적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표님만의 공간 및 흥행 전략은 무엇입니까?

마석호: 저 스스로에게 늘 던지는 질문이 있습니다. ‘모터스포츠를 잘 모르는 서울에 거주하는 분에게 비싼 패독 클럽 티켓을 선물한다면 영암 KIC까지 와서 경기 관람할까?’ 아마 망설일 것입니다.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현장에 와서 한 번만이라도 엔진 소리를 듣고 경험하면, 100% 팬이 될 거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어떻게든 현장에 발을 들이게 만드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올해 영암과 인제에서 새로운 시도를 진행합니다. 이번 영암 대회에는 단순히 가수 한두 명 초청하는 수준을 넘어, ‘파크 뮤직 페스티벌’이라는 대형 콘텐츠 만들었습니다. 관람객들이 음악 페스티벌을 즐기러 왔다가, 쉬는 시간에 자연스럽게 레이스를 접하며 ‘어? 이거 생각보다 엄청 재밌네!’ 하고 빠져들게 만드는 전략입니다. 특히 젊은 층 유입에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Q. 인제에서 열리는 시그니처 콘텐츠, ‘나이트 레이스’ 이후의 연계 방안은 무엇입니까?

마석호: 인제 나이트 레이스는 불꽃놀이나 공연 등 즐길 거리가 많아 이미 많은 분이 찾아주십니다. 다만 그 열기가 끝난 뒤 밤 시간대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부족했습니다. 인제라는 지역 자체가 훌륭한 여행지인 만큼, 올해는 나이트 레이스가 끝난 후 현장에 더 머무르며 밤을 즐길 수 있도록 레이저 쇼와 EDM 기반의 ‘하우스 뮤직 페스티벌’을 접목할 예정입니다. 또한 요즘 핫한 양양 지역의 관광객들까지 흡수할 수 있도록 셔틀버스 연계까지 구축했습니다. 올해 영암과 인제에서의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내년에는 더 정교한 계획을 수립하겠습니다.

Q. 대형 스폰서십이 없는 팀이나 아마추어 기반 팀들의 재정적 운영난은 늘 모터스포츠계의 숙제입니다. 프로모터로서 이들과 상생하거나 대회가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이 있는지요?

마석호: 현재 대부분의 팀이 기업 후원이나 선수 개인 비용에 의존해 힘들게 운영되고 있는 현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프로모터인 슈퍼레이스가 해야 할 가장 큰 본질적인 역할은, 이 팀들과 선수들이 미디어나 다양한 채널에 최대한 노출되어 가치를 인정받게 만드는 것입니다. 대중의 관심이 쏠려야 후원사가 붙고, 새로운 선수들이 선망하며 유입되는 선순환이 일어납니다.

냉정하게 말해 현재 국내 모터스포츠 시장은 프로모터가 팀들을 재정적으로 직접 지원할 수 있을 만큼 파이가 크지 못합니다. 시장을 키우는 게 먼저입니다. 미디어 파워를 키우고 슈퍼레이스의 브랜드 로열티가 올라가면, 향후 발생할 방송 중계권료 등 플랫폼 수익을 팀들과 합리적으로 나눌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자 합니다. F1만 보더라도 중계권 수익 등의 분배율이 상당하지 않습니까? 대회가 성장함에 따라 수익을 재분배하여 팀들이 경제적 어려움 없이 레이스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프로모터의 당연한 역할입니다.

Q. 언젠가 임기를 마치고 다음 대표에게 지휘봉을 넘겨주게 될 텐데, 훗날 사람들에게 ‘마석호 대표는 슈퍼레이스에 이런 발자취를 남겼다’라고 기억되고 싶으신 모습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마석호: 저는 늘 ‘자생(自生)’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품고 인터뷰나 회의 때마다 강조합니다. 모터스포츠가 각자의 열정으로 참여하는 ‘스포츠’의 영역에 있지만, 결국 이 역시 하나의 거대한 ‘산업 생태계’입니다.

참여하는 팀, 선수, 관계자 등 구성원 모두가 이 업을 통해 경제적으로도 도움을 받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단단한 사업 구조를 구축하는 것, 그것이 제 꿈입니다. 훗날 모터스포츠 관계자들에게 ‘슈퍼레이스가 산업으로서 자생할 수 있는 단단한 뼈대와 구조를 만든 사람’으로 기억된다면 더없이 뿌듯할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그리고 미디어를 통해 슈퍼레이스를 아끼고 응원해 주는 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마석호: 제가 지난 20년의 세월을 온전히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시간 동안 슈퍼레이스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주신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팬들이 계셨기에 지금의 슈퍼레이스가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 20주년을 맞이해 온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즐기실 수 있는 다채로운 축제와 볼거리를 정성껏 준비했습니다. 물론 안방에서 미디어 중계로 보셔도 재미있겠지만, 현장에 찾아오시면 투자하신 시간과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 몇 배의 생생한 감동과 가치로 보답받으실 것입니다. 꼭 경기장에 오셔서 준비된 축제를 마음껏 즐겨주시고, 앞으로도 뜨거운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사진제공 : 한국모터스포츠기자협회 정인성기자(웨이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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